13년 전 쯤, 본인이 거주하는 마을에 다목적 농산물 건조장이 설치되었는데 농지전용 허가가 안되어 있어, 답畓 주인과 마을 주민, 관과의 불편사항이 발생하였습니다. 급기야는 이장이 잘못한 결과라고 행정가의 입에서 주민들간에 전달되어 마을이 시끄러워졌습니다. 당시 이장으로 있던 저는 이 어처구니 없는 소문에 시달렸습니다. 실상은 농지전용을 위해 1995년도 토지사용 승낙서를 면에 제출했지만, 면에서 처리하지 않았고, 군부처에서는 농지전용 허가 여부를 확인 하지 않고 사업을 시행했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였습니다. 그런데도 제 실수로 서류가 누락되어 농지전용이 안된 것처럼 공공연히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책임자는 다른 곳으로 떠나고, 몇 명의 후임자들이 거쳐갔습니다. 아무도 책임을 규명하지 못하고 수년이 지날 쯤, 이천희씨가 부임하여 담당업무이므로 경위를 설명하였는데, 전임자가 처리한 사안이니 살펴 방법을 모색해 보겠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해결책은 없었고 그는 군청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사건은 그대로 묻혀져버렸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났을 무렵 군청사에서 우연히 나를 발견하고 다가온 이천희씨가 ‘그때 그 사항을 처리해 드려야 했는데 임지가 바뀌어 처리하지 못하고 왔다. 지금 어찌되었느냐.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의 친근한 자세 덕분에 그동안의 시름과 억울함이 녹아내리는 듯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해결 방법이 없냐고 물었지만, 그렇게 관심조차 가져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요.
우리 민원인은 어떤 제출서류에 한 자만 틀려도 반려 됩니다. 그런 반면 공무집행자들은 전임자의 처리사항이 틀린 걸 뻔히 알면서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전임자의 처리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당당히 말합니다. 얼마나 부조리한 경우인지요. 그 후 8년이 되던 해 장기수 계장이 본면에 부임해, 공적으로 잘못 처리된 행정 사례를 접수 받고 수 건의 오류를 정정하였습니다. 공직자의 작은 실수(?)로 인해 불거진 주민간의 갈등과 불이익을 해소시킨 사례로 그 분을 떠올릴 때면 마음 속에 존경심이 생깁니다.
다목적 건조장 설치시 금강사업단에서 실시하는 용수로 관로 매설 설계가 확정되어, 다목적 건조장 밑으로 용수로가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금강사업단에서는 설계가 없다는 이유로 집수정 안 부분의 관로를 이어주지 않았습니다. 길이는 약 1m50cm, 직경 20cm내외의 관로로 아주 사소한 것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때문에 용수로 사업이 완료 되었음에도 그 기능을 상실하여, 우리 농민은 소중한 농업 용수를 눈 앞에서 배수로로 내보내고 있으니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었습니다.
금강사업단에 찾아가 관로를 이어주기를 요청해도, 자신들은 군청의 설계에 따른 것이니, 군청을 찾아가 보라고 합니다. 그래서 농지계를 수차례 방문했지만, 그 동안 직원만 다섯 사람이 바뀔 뿐, 용수로에 대한 답변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심지어 인수인계를 받지 않은 것인지, 그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해, 제가 다 설명해야 할 판이었습니다. 모두 ‘전임자의 일’이라는 둥, ‘고려 또는 검토 해 보겠다’는 말만 할 뿐이었습니다.
용수로 매설 사업이 끝난 어느 산사면이 장마가 지자 무너져 많은 양의 흙이 길을 덮친 일이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는 용수로 매설 이후 약해진 지반이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금강사업단에서 복구를 했어야 하지만, 축대를 쌓는 복구 작업은 면 사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자료를 금강사업단에 제출하여, 중재 할 요량으로 관련 자료를 면에 공개 요청을 했습니다. 당시 담당계장에게 구두로 했지요.
그런데 절차를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정보공개 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주위를 오가던 이천희씨가 다가와 ‘서식이 있으니 갖추어 제출하면 서류 열람이 가능하다’고 답해주었습니다. 자기 업무도 아닌데 제가 원하는 서류를 보고 발급할 수 있도록 모두 처리해 주었습니다. 담당계장이 술을 마신 상태인 것을 조금 지나 알았지만 항의조차 할 수 없었지요. 자신의 신분을 내세워 민의 주어진 권리를 무참히 짓밟은 처사는 그만이 부여받은 특권인가. 담당계장의 처사에 여전히 기가 막힙니다.
나중에 진흥공사에서 서면답이 왔는데 마을 어느 농가 축사의 오폐수 때문에 몇몇 문제가 발생하여 용수로를 이어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시골 정서상 해당 축산 농가와 마찰이 있을 수 있어 그만 접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1년 정도 지나 본 마을의 다른 주민이 이의를 제기하여 용수로를 개통하였습니다. 용수로 개통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나, 그들이 사람 봐 가며 처리해 준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왕 처리해 줄 것 제가 수 례 건의할 때 해 줬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사람 따라 일이 될지 말지를 판별하는 보이지 않는 초능력을 보유한 분들. 민의 고충도 투시하여 밝은 사회 만들면 보람이 있을 것을, 왜 엉뚱한 곳에 그 능력을 발휘하시는지.
근무지를 옮겼음에도 책임의식을 생활화 하신 그 분 이천희씨. 주위의 작은 소리도 귀 기울이는 그 분. 홀어머님을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직장을 옮기셨다는 그분이 있어 서민의 외로움을 달랩니다. 앞으로의 공직 생활에 명예로운 일만 있길 바라며 가족의 축복을 기원합니다.
그때 그 문제로 본인과 접한 농지계 직원들에게 사감이 없음을 밝히며 이에 관하여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요청시 그 사실을 기록에 의해 답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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