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두메를 세계적 명소로 바꾼 정갑철 화천군수
한국일보 | 입력 2009.06.15 02:59
"자치의 힘은 상상력과 열정"
산천어축제 매년 100만명 북적 "대박"
탄피 모아 세계 최대 "평화의 종" 건립
대학 기업 등 각계서 강의 요청도 밀물
강원 화천군 정갑철(64)군수는 "화천군수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같다.
인구 2만3,000여명의 작은 산골 군이 어떻게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을 불러 모아 국제규모의 행사를 치르고, 산천어축제를 전국 최고의 축제로 키워나갈 수 있었는지 대단하다.
화천의 자산이라야 산 강 호수뿐.
정군수의 열정과 아이디어, 주민들의 합심이 엄청난 결과를 창출하고 있다.
↑ 정갑철 화천군수는 이름난 자건거 매니아다. 그는 읍내를 다닐때나 출퇴근 때나 언제나 자전거에 오른다. 건강을 챙길 수 있고, 주민과 소통에도 좋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화천군 제공
정군수는 요즘 정부가 한창 주창하고 있는 자전거타기를 이미 9년전부터 생활화했다. 배스어묵, 평화의 종, 수달연구소 등 아이디어가 백출한다. 그의 가슴과 머리는 24시간 화천사랑뿐인 모양이다.
요즘은 바빠서 사양하고 있지만 전국 각지에서 강의요청이 밀려드는 명 강사이기도 하다. 강의료는 모두 군민을 위해 사용한다. 강원도청 과장, 화천부군수에서 민선군수(현재 재선)가 된 그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살펴보자.
그는 장거리 출장 외는 꼭 자전거를 탄다. 부군수로 부임한 2001년부터다. 자전거도 그의 성품과 외모만큼 평범하다. 그는 원래 소탈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이제는 군청 직원들의 3분의 1이 넘는 100여명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화천군 산악자전거연합회"도 생겼고, 지난해부터 "화천군 비무장지대 산악자전거 전국대회"를 시작했다. 3년전부터 화천강변 100리길에 자전거 코스를 조성 중이다. 화천읍에는 노란색 자전거 100대가 돌아다닌다. 주민들이 타라고 군에서 공공기관 앞에 배치한 "양심 자전거"다.
지난달 26일 평화의 댐 위에 조성한 "세계평화의 종 공원" 준공식이 있었다. 소련의 고르바초프, 북아일랜드의 메이리드 맥과이어(노벨평화상 수상) 등 세계 유명인사들이 참석했다. 종은 각국의 전쟁터에서 기증받은 탄피로 주조한 세계 최대 범종이다. 아이디어도 기발하고, 추진력도 대단하다.
화천군의 특색을 살린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산골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화천은 파로호 등지에서 매년 3~5톤의 배스를 잡아 퇴비 등으로 사용했으나, 지난해부터 이를 어묵으로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잣나무껍질을 먹여 키운 돼지고기 "자시라 포크"도 산천어축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명품 산천어축제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찾아 입장료 수입만 22억원이 넘는다. 정군수는 축제기간(23일) 내내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축제장을 돌며 점검한다. 중국 미국 브라질 덴마크 오만 호주 등 17개 외국언론사가 산천어축제를 대서특필했다.
2007년에는 파로호에서 아시아카누선수권대회를 개최해 25개국 800여명이 참석했다. 매년 전국 카누선수권대회도 열려 500여명이 참가한다. 화천의 청정함을 알리기 위해 2007년 제10차 국제수달총회를 열어 36개국 15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했다. 같은 해 세계 종교간 평화회의도 개최했다.
축제성공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대학 기업체 등의 강의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산천어축제, 한국의 냉장고로 불리는 화악산의 토마토, 농촌성공의 대표적 사례인 토고미마을, 소설가 이외수씨의 에코파라다이즈, 베트남 참전용사의 장 등이 강의소재다.
정군수는 "탯줄을 묻고 뼈를 묻을 고향이지만 청정자연 외에는 먹고 살 자원이 없다. 아이디어만이 살길이다. 주민들이 힘을 합치면 더 나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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